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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영 칼럼니스트] 역전세난은 올까? 전세가격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더 보인다
분류 내집마련 자료원 배상영 등록일 2018/09/05

전세는 늘 한국 부동산시장의 뉴스다. 얼마 전 전세대출이 주택가격 상승의 한 축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전세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여론은 비난을 쏟아 냈고, 전문가들도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라며 비판을 하자 하루 만에 정책은 취소 되었다. 비슷한 시기 다른 한편에서는 "역전세난"을 우려하여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전세금 보증제도가입을 촉구했다. 한두해 전만 해도 전세가 천정부지로 오른다 하여 "전세난"이라는 헤드라인이 신문을 장식했다. 이쯤 되면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전세가격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세는 올라도 내려도 이슈가 되고 이제는 전세대출규제까지 주택정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전세제도의 기원과 원리 그리고 전세제도의 영향 및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세제도는 흔히 한국에서는 월세보다 흔한 임대계약으로 활용되지만,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형태의 임대차 계약이다. 조선시대 토지를 담보 삼아 채권자가 토지사용권을 이자 대신 받은 것이 전세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주택가격의 반액에서 7-8할을 기탁하여 전세권을 획득하였으며, 당시에는 전세 권리를 양도 가능하였다. 이러한 전세제도가 해방 이후 미군정시기에 법제화 되었다. 전세는 금융의 역할이 부족한 시기에 사금융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전세제도는 흔히 한국 고유의 제도로 알려져 있으나 스페인, 프랑스,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전세제도와 유사한 법적 제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실제 시장에서 관찰되는 전세계약은 인도와 남미의 볼리비아 등이다. 특히 볼리비아의 경우 국가 전체에 일반화된 제도이다(김진유, 2015).

전세는 주택이라는 투자가치와 사용가치를 모두 지닌 상품에 대해서 사용가치만을 영유한다. 따라서 계약기간 동안 계약된 주택에 거주하면서 사용가치에 대한 지불을 전세금을 무이자 대출하는 형식으로 지불한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집주인은 전세금과 매매가격의 차액만을 투자함으로써 해당 주택의 자본차익을 얻는다. 10억원의 매매가인 아파트가 있다고 할 때 자가거주자는 10억을 들여 주거를 해결하는 동시에 매입한 주택가격의 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을 얻는다. 반면 전세세입자는 전세가인 7억을 들여 주거를 해결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는다. 임대인의 경우 3억을 들여 주택의 소유권을 획득하고 10억원짜리의 아파트의 자본차익을 얻는다. 흔히 이사를 가게 되거나,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경우 이렇게 임대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일부러 전세계약을 고려하여 매매가격과 전세가의 차액만으로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투자행위를 시장에서는 갭(gap)투자라고 말한다. 갭이 작아질수록 투자수익률의 변동성은 커진다. 10억원짜리 집의 전세금액이 9억원이라면 집주인은 1억원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의 투자수익을 얻는다. 집값 전체를 지불한 투자자라면 1억원의 주택가격 상승이 있었을 때는 10%의 수익이 나고 1억원의 주택가격 하락이 있을 때는 -10%의 투자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9억에 전세를 준 집주인의 경우 전자의 경우 100%의 수익이 후자의 경우 원금전체를 잃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전세의 레버리지 효과는 때로는 큰 수익을 안겨주지만, 때로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흔히 역전세난을 예측하며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을 권하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두 가지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세를 내준 집주인은 주택가격이 상승해야만 이득을 얻는다. 위에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주택의 감가상각과 재산세와 같은 비용은 매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 될 수록 전세가는 하락한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율이 높을 수록 투자자들은 갭(gap)이 커도 그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50% 이하의 전세가율이 이를 보여준다.
반면에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전세가격은 상승하며, 이론적으로는 매매가 보다 더 높은 전세가가 균형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전세금 반환을 보장할만한 담보가 되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 일부 지역에서 90%에 가까운 전세가율 혹은 언론에서 깡통전세라 표현 되는 현상을 생각하면 된다.

과거 전세가율이 50%가 넘지 않던 시기에는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나 서민들이 싼 값에 높은 수준의 주거공간에 살 수 있는 제도였으나, 주택가격의 70-80%에 육박하는 전세가격을 보면 "싼 값"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민망하다. 자산형성을 위해 월세보다는 전세대출을 이용해서라도 전세계약을 선호하는 시장상황에서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는 여론의 비난을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수도권시장의 주택가격 상승과 명확한 통계적 자료는 없지만 소위 갭투자의 증가는 전세가율을 하락시켰고, 앞으로 이어질 서울 내의 입주물량으로 인하여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말 역전세난이 올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 전세가격의 움직임 뒤에는 이러한 전세제도의 속성과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을 고려해 시장을 읽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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